현대인들은 하루에도 수천 가지의 정보량을 받아들인다. 현대인이 하루에 접하는 정보량이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의 사람이 평생 접하는 정보량과 맞먹는다는 연구결과가 있을 정도다. 이처럼 과부화에 빠진 뇌를 쉬게 해주는 가장 좋은 방법은 ‘몰입’이다. 특히 그림을 그리는 것은 머리를 비우며 자신만의 시간을 가지고 성취감까지 얻을 수 있는 좋은 휴식 방법이다.
이에 관하여 울산에서 드로잉스튜디오이끌을 운영하고 있는 김혜인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 드로잉스튜디오이끌의 창업 취지를 말씀해 주십시오.
A. 울산 북구 송정지구와 같은 신축 대단지는 20대 후반~40대 초반까지 비교적 젊은 부부들이 대다수다. 자연스럽게 초등학생 이하 자녀들의 교육 또는 육아에 대한 관심과 정성이 대단히 높은 지역이다.
나 역시 이 동네에 거주하며 5살 딸아이의 엄마이기에 다른 많은 분과 마찬가지로 모든 초점을 우리 아이들에게 맞추고 작은 것 하나라도 아이들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게 되더라. 그러다 문득 아이들을 위해 기꺼이 희생하는 우리 엄마, 아빠들도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모든 젊은이도 참 소중한 사람인데 이런 너무도 당연한 사실을 잊어버리고 지낸다는 생각이 들었다. 막막한 현실과 눈앞의 삶에 치여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지 못하고 스스로를 끊임없이 몰아세우고 있진 않은지 조금은 서글픈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어른들이 하루 혹은 일주일 중 잠시라도 온전히 자신만을 위해 마음이 이끌고 또는 이끌리는 대로 몰입하기도 하고 긴장을 풀고 편안하게 힐링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자연스레 나의 동양화 전공과 이전 미술 활동 경험들을 접목해 드로잉스튜디오이끌을 만들게 되었다. 단순하게 배우기만 하는 학원이 아닌 스튜디오처럼 공간과 음악, 감정과 시간 그 자체를 즐기며 나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연출자로서의 경험을 많은 회원님들과 공유했으면 좋겠다.
Q. 드로잉스튜디오이끌의 주 서비스를 소개해 주십시오.
A. 이곳에서는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아크릴화, 인물 묘사, 민화를 쉽고 즐겁게 그릴 수 있게 수준별 맞춤 지도를 진행한다. 모든 자신의 작품은 집으로 가져가 인테리어 소품으로 쓰실 수 있게 정성스럽게 포장도 해드리고 있다. 물론, 간단한 커피와 차. 그리고 이곳에서의 도란도란 수다 타임까지 주요 서비스 중 하나다.
Q. 여타 유사 업종과 비교해 볼 때 드로잉스튜디오이끌만의 특징을 말씀해 주십시오.
A. 좀 쑥스럽지만, 스튜디오라는 뭔가 거창한 이름을 정한 순간부터 일반적인 미술학원이나 화실과는 다른 이끌만의 특별한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공간의 크기 대비 동 시간대 수용 가능한 최대 인원수를 포기하더라도 여유롭고 아늑하며 원목의 따듯한 느낌으로 공간 자체가 선사하는 즐거움을 드리고자 했다. 이를 위해 컨셉 디자인 설계부터 시공, 중간 수정 과정 등 인테리어의 전 과정을 남편과 함께 고민하며 직접 참여했다.
그렇게 손품, 발품 팔며 고른 모든 소품과 가구들까지 내 손이 안 닿은 곳이 없는 소중한 이끌만의 공간 자체가 특징이 아닐까 생각한다. 또한, 4시~6시경의 이끌에서만 볼 수 있는 탁 트인 전망과 은은한 석양도 너무너무 자랑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회원님들께 즐거운 드로잉을 위한 모든 재료와 도구를 제공해 드리는 서비스와 드로잉 과정도, 의미도, 결과물도 모두 만족스러운 ‘민화 클래스’가 이끌만의 최대 장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Q. 드로잉스튜디오이끌 운영에 있어 가장 우선으로 보는 가치관과 철학은 무엇입니까?
A. 아무래도 최우선을 꼽자면, ‘그림을 그리는 순간의 몰입된 순수한 즐거움’이라고 생각한다. 이 즐거움을 조금이라도 쉽고 온전히, 누구라도 느낄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나의 역할이 아닐까 싶다. 이를 위해서는 공간 배분, 회원님들의 수강 시간 배분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회원님들과 약속된 시간을 지키는 것과 스스로가 정한 약속을 무슨 일이 있더라도 지키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Q. 가장 큰 보람을 느낀 사례나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자유롭게 말씀해 주십시오.
A. 매 순간이 소중한 보람을 느끼며 일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이끌에서 탄생한 작품을 회원님들 본인의 카톡 프로필이나 SNS에 자랑스레 올려 주실 때 가장 기쁘다. 모든 회원님께 ‘좋아요’를 100번씩 눌러드리고 싶은 마음이다.
Q. 현재의 사업장과 시스템을 만들 수 있었던 노하우(Know-how)를 말씀해 주십시오.
A. 이끌 이전에 5~9세 아동 미술학원을 5년간 운영하며 겪었던 어려움이나 경험들이 분명 많은 도움이 됐다. 무엇보다 남편과 크고 작은 대부분의 것을 상의하고 생각하고 고민하며 다투며 결정했던 것이 노하우였다고 생각한다. 평범한 회사원인 남편은 미술 분야에 백지와 같은 말 그대로 문외한인데 오히려 편견이나 선입견 없이 객관적인 시선으로 내가 망설였던 많은 부분에서 큰 도움과 조언들이 큰 힘이 됐다.
상가의 입지나 조망, 시장분석이나 수요층의 예상, 경쟁업종의 현황이나 홍보방식 등 내겐 익숙지 않은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판단들은 남편의 도움을 정말 많이 받았다. 공간에 감성을 채워 넣고 대상에 따른 구체적인 운영 방식 및 자세한 서비스와 클래스 커리큘럼은 내가 도맡아 환상적인 역할 분담이 이뤄졌던 것 같다.
Q. 앞으로의 전망과 목표를 말씀해 주십시오.
A. 현재 온 국민이 코로나19로 정말 힘든 시기다. 마음속 우울감을 떨쳐 내기 위해서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내가 진정 좋아하는 일들로 건강한 취미를 찾으시려는 분들이 점점 더 많아질 것 같다. 그만큼 드로잉스튜디오이끌도 많이 찾아주시지 않을까 하며 희망찬 생각을 갖고 있다.
단기적인 목표로는 좀 더 다양하고 유익한 클래스들을 신설해 이끌을 찾아주시는 많은 분께 흥미로운 선택의 즐거움과 드로잉 과정의 기쁨을 함께 나누고자 노력하고 있다. 현재 구상 중인 아이디어 중 흥미로운 몇 가지를 간략하게 말씀드리자면 가벼운 와인이나 전통주 한두 잔을 곁들인 서양화·동양화 클래스를 생각하고 있다. 또 최근 중고등학생 회원님들이 부쩍 늘었는데, 조선 시대 등 우리나라 역사 속 재밌고 유명한 사건을 직접 고르고 동양화나 민화로 그려보는 클래스를 만들어 보려고 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북구 송정 이끌에서 수제자를 키운 후 이곳의 운영을 맡기고 곳곳에 드로잉스튜디오이끌을 하나둘 늘려나가는 것이다. 그렇게 문화예술의 불모지인 울산을 이끌 유니버스로 만드는 것이 최종 꿈이다. <저작권자 ⓒ 프라임헤럴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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